그는 한국의 전통 장을 다른 음식에 적절히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 전통 장이 가지는 특유의 향과 맛이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릴까. “장을 요리에 의식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아요. 장을 요리에 사용했을 때 맛이 극대화되거나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때에만 활용하죠. 장 맛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한국의 전통 장아찌는 요리에 사용하기보다는 피클처럼 음식과 곁들이는 정도로 내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코스에 나오는 음식마다 마리아주가 좋은 한국의 전통주와 와인을 엄선해 요리와 함께 곁들여 내는 ‘페어링(pairing)’이다. “언젠가 한식 레스토랑을 차리게 되면 음식과 잘 어울리는 전통주를 함께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어요. 음식과의 조화를 생각해 한국의 전통주와 와인을 적절히 배치해 페어링하고 있습니다.”
강민구 셰프는 2010년 만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레스토랑인 ‘노부(NOBU)’ 바하마 지점 총주방장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그는 대학교의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2008년 여름 한국을 떠나 미국과 스페인의 레스토랑에서 견습생 신분으로 다양한 요리를 배웠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미래를 위해 준비한 강 셰프는 이듬해인 2009년 예전부터 꿈꿔왔던 ‘노부’ 마이애미 지점에 발을 들였고 1년 뒤에는 노부 바하마 지점의 총주방장에 올랐다.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강 셰프가 많은 음식 중에서도 한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부에서 일하면서 아시아 요리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어요. 그곳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식이 기본이 되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노부 총주방장 시절 그는 된장을 곁들인 푸아그라, 육회, 갈비찜 등 한식에 기반을 둔 다양한 음식을 메뉴에 포함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총주방장으로 있던 노부 바하마 지점은 제가 오기 전에도 한국 음식을 선보이긴 했어요. 그런데 저는 한식의 기본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양념장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하기도 했죠. 된장을 곁들인 푸아그라나 육회는 그곳에 있던 외국인 손님에게 굉장히 신선하고 독특한 음식이었습니다.”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한식의 기본과 그 맛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의 말에서 한식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요즘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한식 세계화에 대해 강민구 셰프는 “전통 한식 스타일만이 한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식 이탈리아 요리나 한국식 프렌치도 모두 한식일 수 있죠. 앞으로 음식의 경계가 많이 사라지겠지만, 요리를 만드는 셰프와 레스토랑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면 모든 음식이 획일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셰프와 요리의 창의성이 더더욱 중요해지겠죠.” 그는 한식의 의미를 한정 짓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인정해야 한식이 더욱 발전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한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한식이 발전할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하는 강민구 셰프. 그가 선보이는 다양한 요리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