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유행의 연대기 2005-2014

 

2005년 (서울의 레스토랑 2006년 판)

 

seoul2006

2000년대초만 해도 전통적인 미식가에게는 냉면, 곱창, 곱창 등의 오래된 맛집이 스테디셀러였다. 한식 외에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으로 대표되는 중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외식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인이 하는 중식당이 점점 많아지면서 우리는 옛날 짜장면의 맛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어느새인가 어릴 적 기억에 남아 있는 짜장면과 불 맛나는 짬뽕의 맛을 찾고자 화교가 하는 오래된 중식당을 찾게 되었다. 이 때는 화교가 직접 하는 중식당 발굴이 미식가의 주요 임무(?) 중의 하나였다.

그러는 한편, 중국 본토 그대로의 맛을 재현하는 동북식 중식당이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조선족이 대거 밀려오면서 그들이 먹으려고 만든 식당에서 새로운 맛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동북식 중식(양 꼬치, 궈바로우로 대표되는)은 지금도 값싸면서도 에스닉한 맛을 내는 B급 구루메의 대표적인 장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대만식 소롱포 전문점 딘타이펑이 명동에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본토 스타일의 음식을 접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하카다분코가 제대로 된 돈코쓰 라멘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정통 일본식 라멘 붐이 일게 되었다. 라멘이 인기를 끌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식문화가 들어오게 되었다. 이는 나중에 한국식 일식집의 쇠퇴를 가져온다.

그동안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하던 이탈리안과 프렌치가 분리되기 시작하였으며 이탈리안, 프렌치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였다. 실제로도 가격이 싼 이탈리안이나 프렌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직 이탈리안이나 프렌치를 격식 있게 즐기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작은 동네에서도 수준 있으면서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것은 2006년 판이 나올 때 서문에 쓴 것인데 10년이 막 지난 지금은 이 바람이 현실화되었다. 파스타는 동네 대부분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고 짜장면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부담 없는 금액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태원과 홍대 앞에서는 인도나 타이 음식점이 간간이 생기면서 에스닉푸드  붐이 태동하기 시작한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외국인이 활발하게 방문하던 이태원이 90년대 이후 한때 쇠락하다가 이제 다시 진정한 의미로 인터내셔널하게 변모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스타일을 맛볼 수 있는 카페 및 레스토랑이 생기기 시작한다.

고급스러웠던 카페와 다이닝 문화를 주도하던 방배동 카페 골목이 서래마을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고 서래마을에 작은 프렌치,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픈 붐이 인다. 강북에서는 삼청동길이 개발되기 시작하여 강남의 고급 다이닝 문화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하고자 하는 기대를 충족시켰다.

이때는 청담동이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높은 가격의 하이 엔드 레스토랑이 속속 오픈하여 패션 피플 위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오래 유지하는 레스토랑은 많지 않았다. 인테리어나 규모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완벽하지만, 맛이 따라가지 못하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1~2년 후 폐점하였다.

2000년부터 시작된 식도락 동호회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으며 여러 명이 모여 맛집을 순례하는 번개 문화가 확산하였다. 하지만, 장차 식도락 동호회의 역할을 대치할 개인 음식 블로거가 이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맛, 분위기, 서비스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레스토랑의 절대 부족하여 최고 점수인 블루리본 세 개를 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06년 판에서는 평양냉면집, 곰탕집 등을 리본 세 개 주었으나 서비스와 분위기를 만족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고의 맛집으로 꼽힐 수 없다는 독자들의 끊임없는 컴플레인으로 결국 점차 블루리본 세 개 리스트에서 빠지게 된다.

 

to be continued

이 글은 <블루리본 서베이: 서울의 맛집 2015>에 특집으로 게재된 ‘서울의 미식 10년사’ 를 재구성하여 연재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