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피맛골 맛집

르메이에르 빌딩으로 이전한 피맛골 맛집

아직도 서울의 한복판 종로, 을지로에 가면 ‘노포’들이 변함없이 손님들을 반긴다. 옛날 그 모습을 지키며 그 자리를 지킨 식당들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종로의 ‘피맛골’이다. 종로1가 교보문고 뒤쪽부터 종로 6가까지 이어진 거리와 그 일대를 이르는 ‘피맛골’은 조선 시대부터 600년 가까이 이어온, 명실상부 서민의 저잣거리였다. 사대문 인근에 자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종로 거리는 말을 탄 고관들의 행차가 잦은 곳이었는데, 말을 탄 고관들을 만나면 서민들은 가는 길을 멈추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넓은 길 대신 뒤쪽으로 이어진 좁은 골목으로 다니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피맛골(避馬+골, 말을 피하다)’이 되었다. 애초의 탄생이 서민들을 위한 거리였기에 피맛골에는 자연스레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자리를 잡았다. 노릇한 전, 해장국, 생선구이 등에 술 한잔 걸치며 고달픈 애환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었을 터.

르메이에르 피맛골3

하지만 서울 도심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피맛골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2009년부터 철거가 시작되면서 옛 정취를 풍기는 건물들은 어느새 사라지게 된 것. 서민들의 입맛을 책임졌던 노포 역시 눈물을 머금고 피맛골을 떠나야 했다. 개중에는 피맛골 시대를 끝으로 식당 영업을 종료한 곳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맛을 이어오고 있는 곳도 있다.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해서 그 맛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고단했던 옛날의 추억과 피맛골이 주는 따뜻함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운 일일 것이다. 철거가 시작된 지 7년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도 그때 그 피맛골을 그리워하는 걸 보니 말이다.

피맛골을 대표했던 식당들은 뿔뿔이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는데, 피맛골 시절처럼 지척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식당들도 있다. 피맛골 철거 후 그 자리에 들어선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에 청진옥, 미진, 청일집 등의 피맛골 맛집들이 입점하게 된 것. 그 시절의 모습은 아니지만, 몇십 년 동안 이어온 음식 맛은 여전히 변함 없다. 오랫동안 변치 않는 맛을 간직한, 피맛골 맛집으로 향해보자.

 
 
원조 서울식 해장국, 청진옥

청진옥4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동 일대에서도 원조집으로 꼽히는 곳으로, 1937년부터 3대째 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곳의 해장국은 소 잡뼈를 우린 육수에 된장을 푼, 전형적인 ‘서울식 해장국’이다. 소 잡뼈를 우린 육수에 된장을 풀어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며 배춧잎과 선지, 내포 등이 한 뚝배기 가득 담아 나온다. 옛날 방식 그대로 커다란 가마솥에 소뼈를 넣고 진득하게 끓여내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육수를 낼 때 사용한, 살이 붙은 뼈다귀를 모아 내는 ‘따구국(따귀국)’도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 빈대떡, 수육 등 술과 어울리는 메뉴가 많아 해장하러 왔다가 오히려 술을 더 먹고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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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2-737-1690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진동 183-1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주차 불가

 

 

한국식 메밀국수의 진수, 미진

미진31954년 처음 문을 연 곳으로, 전형적인 한국식 메밀국수를 맛볼 수 있다. 일본의 메밀국수인 소바가 가쓰오부시로 쓰유를 만들고 메밀 면이 툭툭 끊어지는 식감에 가깝다면, 한국식 메밀국수의 쓰유는 멸치로 맛을 내고 메밀 면 역시 쫄깃한 편이다. 대표메뉴인 ‘냉메밀’을 주문하면 판에 정갈하게 똬리를 튼 메밀 면과 쓰유가 함께 나온다. 김, 대파, 간 무를 넣은 쓰유에 쫄깃한 메밀 면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 1인분에 메밀 면이 4덩어리가 나오는, 푸짐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다. 냉메밀 1인분과 구수한 ‘메밀전병’이나 ‘메밀왕만두’를 곁들여 다양한 음식을 즐겨보는 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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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2-732-1954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가 24
영업시간 10:00~22:00
주차 가능

 

서민들의 참새 방앗간, 청일집

청일집3

1945년 해방 직후에 문을 연 청일집은 빈대떡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내로라하는 문인과 학자, 언론인 등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했다고.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녹두빈대떡’이다. 구수한 녹두를 넣은 반죽을 돼지기름에 노릇하게 부쳐내는 것이 특징. 구수한 녹두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김치빈대떡, 녹두빈대떡 등이 고루 나오는 ‘모둠빈대떡’도 인기메뉴. 함께 나오는 짭조름한 굴젓을 곁들이면 더욱 맛이 좋으며 족발도 술안주로 인기가 많다. (*청일집의 옛날 모습이 궁금하다면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외관부터 식기, 주방용품 등의 기물까지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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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2-732-2626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가 24
영업시간 11:00~24:00
주차 가능

 

매콤한 낙지볶음이 맛있는 곳, 서린낙지

서린낙지3

1959년 문을 연 낙지 전문점으로, 눈물 쏙 뺄 정도로 매운 낙지볶음을 맛보고 싶다면 들러볼 만하다. 메뉴는 ‘낙지볶음’과 ‘베이컨소시지’, 단 두 가지뿐이다. 메뉴를 한 가지만 시켜도 되지만, 이곳의 낙지볶음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따로 있다. 낙지볶음과 베이컨소시지를 각각 따로 주문하는 것. 호일을 깐 철판에 베이컨과 양파, 대파, 소시지 등이 가득 나오면 그 위에 매콤한 낙지볶음과 콩나물을 얹어 함께 볶는다. 매콤한 양념과 소시지, 낙지의 조화가 훌륭하다. 특히 오동통한 낙지 사이에 양념이 쏙 배어 있어 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어느새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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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2-735-0670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가 24
영업시간 10:30~22:30
주차 가능

 

족발과 빈대떡의 향연, 장원집(장원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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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집’과 마찬가지로 전, 족발을 비롯한 다양한 안주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다. 손님들의 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족발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족발이 커다란 접시에 수북하게 쌓아 나오며 부들부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불필요한 돼지고기의 잡내는 잡는 대신 족발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려 족발을 삶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기본 찬으로 제공되는 굴젓에 곁들이면 더욱 맛이 좋다.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전도 빠질 수 없다. 구수한 녹두 빈대떡을 비롯해 김치빈대떡, 해물빈대떡 등 술을 부르는 메뉴들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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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2-734-7230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가 24
영업시간 07:00~24:00
주차 가능